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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경제학

농업과 탄소 크레딧 시장

by 블로블로_ 2025. 4. 18.

1. 탄소 크레딧 시장의 개요와 농업의 역할

탄소 크레딧 시장은 온실가스 감축을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적 메커니즘으로, 기업이나 개인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거나 줄인 만큼의 감축 실적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탄소 크레딧은 실질적으로 탄소 배출권 또는 감축 인증서를 의미하며, 이를 사고파는 시장이 바로 탄소 크레딧 시장입니다. 이 시장에서 농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능력을 가진 산업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토양 탄소 저장, 지속 가능한 농법, 재생 농업, 유기농 전환 등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되며, 농업은 감축 활동의 공급자로서 크레딧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됩니다. 다시 말해, 농업 활동이 탄소 흡수 또는 배출 감축을 실현하면 해당 성과를 탄소 크레딧으로 전환하여 시장에 판매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는 것입니다. 기존의 농업은 생산성과 수확량 중심의 수익 구조에 의존해왔지만, 탄소 크레딧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농가에 안정적인 부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보존 경운(no-till farming), 유기농업, 커버크롭 재배, 방목 중심의 가축 사육, 논 습지 관리 등은 탄소 배출을 줄이거나 탄소를 저장하는 방식으로 탄소 크레딧을 생성할 수 있는 활동입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검증된 탄소 감축량은 인증 기관을 거쳐 공식 탄소 크레딧으로 전환되며, 이를 기업이나 정부, 환경 단체 등이 구매함으로써 농가는 추가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ESG 경영에 주목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자발적 탄소 상쇄(voluntary offset)를 위해 농업 기반의 탄소 크레딧을 선호하는 추세로, 농업의 환경적 가치가 경제적 가치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되고 있습니다. 탄소 감축이라는 행위가 이제는 단순한 윤리적 실천을 넘어 수익 창출의 수단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입니다.

 

2. 글로벌 시장에서의 농업 탄소 크레딧 수요 확대

국제적으로는 미국, 유럽, 호주 등에서 농업 기반 탄소 크레딧 프로그램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Indigo Ag’와 같은 기업은 농민이 지속 가능한 농법을 실천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기반으로 탄소 크레딧을 발행하여 시장에 판매합니다. 이처럼 민간 주도 모델은 농민에게 기술과 재정 지원을 제공하고, 감축 실적을 검증 및 등록하여 신뢰성 있는 탄소 크레딧을 유통시킵니다. 유럽에서는 탄소농업(carbon farming)을 장려하는 정책과 더불어 농민에게 보조금이나 보상을 제공하며,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 이후에는 더 많은 기업들이 자발적 상쇄 수단으로 농업 크레딧을 찾고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탄소 크레딧 시장에서의 농업 관련 프로젝트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수요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국적 기업들은 공급망의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농업 기반 크레딧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이는 농업 분야의 지속 가능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기회로 작용합니다.

 

3. 국내 사례와 정책 동향

한국에서도 탄소 중립 이행 전략에 따라 농업 부문을 탄소 흡수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정책이 점차 도입되고 있습니다.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논의 중심의 메탄 감축 방안, 유기물 관리, 스마트팜 확산 등 다양한 방식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농업 기술을 육성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농업 탄소 크레딧 시범사업’이 일부 지자체에서 진행 중입니다. 경남, 전북, 충북 등에서는 커버크롭 재배나 친환경 경운 방식을 채택한 농가들을 대상으로 탄소 감축량을 산정하고 이를 보상하는 구조를 시험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환경산업기술원(KONETIC), 한국탄소거래소 등이 중심이 되어 인증 체계와 거래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농업 기반의 자발적 탄소 시장(VCM) 형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농업인은 단순한 식량 생산자에서 벗어나 기후변화 대응의 주체이자 친환경 경제의 참여자로서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농업과 탄소 크레딧 시장

4. 탄소 크레딧 발행 절차와 검증 시스템

탄소 크레딧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수적인 절차가 필요합니다. 먼저 감축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해당 프로젝트가 실제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방식인지 검토받는 것이 첫 번째 단계입니다. 다음으로는 활동 시작 전의 기준선 설정과 활동 이후의 감축 실적 모니터링이 필요하며, 이를 검증 기관이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인증하는 절차를 거칩니다. 검증이 완료되면 해당 감축량만큼의 탄소 크레딧이 발급되며, 이를 거래소 또는 민간 플랫폼을 통해 판매할 수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핵심 요소는 데이터 수집, 측정 도구, 지속적인 보고 체계입니다. 특히 정밀농업 기술, IoT 센서, 위성 데이터, 드론 등을 활용한 농업활동 모니터링 시스템은 크레딧의 신뢰성과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농가와 스타트업, 기술기업 간의 협업이 필수적이며, 플랫폼 사업자가 중간에서 인증·거래를 대행하는 모델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5. 농업과 ESG, 탄소 크레딧의 연결성

탄소 크레딧은 농업이 ESG 경영의 핵심 축으로 떠오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의미하며, 그중 ‘E’ 요소에 있어 농업은 식량 생산을 넘어 환경 보전이라는 강력한 포인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친환경 농법, 물 사용 절감, 생물다양성 보호, 토양 회복 등의 활동은 ESG 보고서 작성 시 긍정적인 지표로 작용하며, 이를 정량화한 탄소 크레딧은 기업들이 ESG 목표를 달성하는 데 직접적인 기여를 합니다. 반대로, 농업 생산자 역시 ESG에 부합하는 생산 방식을 통해 자금 유치, 브랜드 이미지 향상, 소비자 신뢰 확보 등의 이점을 누릴 수 있습니다. 탄소 크레딧을 활용하면 농민은 환경 친화적 활동을 통해 경제적 수익을 얻고, 기업은 지속가능한 원료 확보와 ESG 목표 달성이라는 목적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어 양측 모두에게 윈윈 구조가 형성됩니다. 농업과 탄소 크레딧 시장의 연계는 미래 농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끄는 중요한 흐름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존재합니다. 첫째는 신뢰성 있는 데이터 확보와 투명한 인증 시스템의 마련입니다. 현재 농업 분야의 감축량 측정은 기후 조건, 토양 특성 등 다양한 변수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표준화된 기준 마련이 필수적입니다. 둘째는 농가의 인식 제고와 참여 유도입니다. 농업인들이 탄소 크레딧 시스템의 구조와 장점을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 컨설팅, 인센티브 제공이 중요합니다. 셋째는 제도적 지원과 글로벌 연계입니다. 국내 인증만으로는 크레딧의 활용성이 제한되므로, 국제 인증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크레딧의 가치와 유통 범위를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민간 투자자와 기술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여 농업 분야의 탄소 감축 프로젝트가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하게 운영되도록 해야 합니다.